사람 만나면 피곤해지는 시각은 만나는 동안이 아니었다

사람 만나면 피곤해지는 시각은 만나는 동안이 아니었다 썸네일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옵니다. 앉아 있는 동안은 분명 기운이 났는데, 집에 와서 씻고 나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집니다. 사람 만나면 피곤하다는 말이 맞는 건지, 아니면 만나서 좋았던 게 맞는 건지 헷갈립니다. 오스트리아 연구진이 80명을 2주 동안 따라가며 이 순서를 시간 단위로 쪼갰습니다. 활력과 피로는 같은 시각에 오지 않았습니다.

한눈에 보는 핵심 요약

  • 곁에 사람이 있으면 활력은 곧바로 올라가고 가라앉은 기분은 곧바로 줄어듭니다.
  • 피로는 늦게 옵니다. 정점은 사람과 함께 있기 시작한 뒤 서너 시간째였습니다.
  • 사람 만나면 피곤하다는 감각보다, 활력이 남아 있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 갈등, 하소연, 업무 이야기, 낯선 사람이 섞인 자리가 특히 에너지를 썼습니다.
  • 오늘 할 일은 하나입니다. 만남이 시작된 시각을 적어 두고 서너 시간째를 비워 두는 것입니다.

 

80명의 2주를 12만 번 세어 본 기록

2025년 학술지 아이사이언스에 실린 연구입니다. 참가자 80명이 2주 동안 휴대폰으로 하루 여러 번 자기 상태를 답했고, 그렇게 모인 응답이 3,716건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휴대폰이 주변 기기를 감지한 횟수를 12만 3,574번 기록했습니다.

블루투스 신호를 센 이유는 간단합니다. 누구를 만났는지 일일이 적게 하면 사람은 잊어버리고, 기억하는 것만 적습니다. 대신 주변에 기기가 몇 대나 잡히는지를 세면 곁에 사람이 있었는지를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기억에 기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과의 첫 줄은 통념과 같았습니다. 곁에 사람이 있는 동안 활력은 올라갔고 가라앉은 기분은 줄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줄이었습니다.

 

사람 만나면 피곤한 시각은 만나는 동안이 아니었다

피로는 만나는 동안 오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따라가 보니 정점이 사람과 함께 있기 시작한 뒤 서너 시간째에 있었습니다. 만나고 있을 때는 괜찮다가 집에 돌아와 앉는 순간 무너지는 감각에, 숫자가 붙은 셈입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활력이 오른 상태는 피로가 오른 상태보다 오래 유지됐습니다. 만남이 남기는 것이 소모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사람 만나면 피곤하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더 길게 남습니다.

어떤 자리가 특히 에너지를 쓰는지는 다른 연구가 짚었습니다. 2023년 캔자스대 제프리 홀 연구진은 309명에게 최근 두 달 중 가장 진이 빠졌던 만남을 적게 했고, 다른 120명에게는 열흘 동안 하루 일곱 번 알림을 보내 그때그때 답하게 했습니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자리, 선택지가 많은 자리, 낯선 사람이 섞인 자리가 소모가 컸습니다. 갈등과 하소연, 업무 이야기, 그리고 깊고 진지한 대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옥시토신으로 설명하기는 아직 이르다

흔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옥시토신이 나오고, 그 덕분에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입니다. 옥시토신은 출산과 수유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라 애착 호르몬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런데 이 설명을 사람 몸에서 확인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2020년 학술지 이라이프에 실린 연구가 그 어려움을 보여 줍니다. 건강한 남성 참가자들에게서 침과 혈액을 여러 차례 받아 옥시토신을 쟀는데, 두 값이 서로 거의 맞지 않았습니다. 상관계수가 0.10으로, 사실상 따로 놀았다는 뜻입니다. 같은 사람을 다시 재도 값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흔들림의 폭은 침이 63퍼센트, 혈액이 57퍼센트였습니다.

그러니 만남에서 회복까지 가는 길에 옥시토신이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한 영역으로 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확인하지 못했다는 말과 없다는 말은 다릅니다. 지금 손에 쥔 것은 호르몬 이름이 아니라 시간표입니다. 퇴근 뒤 무기력이 찾아오는 결에 관해서는 퇴근 후 무기력의 정체와 회복을 위한 네 가지 기준에 적어 두었습니다.

 

사람 만나면 피곤한 날, 오늘은 이것부터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다면, 만남이 시작된 시각을 휴대폰에 한 줄 적어 두고 그로부터 서너 시간째에는 새 일정을 넣지 않습니다. 장을 보러 나가는 일도, 밀린 집안일도 그 뒤로 미룹니다.

왜 하필 이 행동이냐면, 사람 만나면 피곤해지는 정점이 바로 그 시간대였기 때문입니다. 그 구간에 일정을 얹으면 피로 위에 피로를 쌓게 됩니다. 반대로 그 구간을 비워 두면 활력이 남아 있는 시간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확인하는 법은 이렇습니다. 2주 동안 사람을 만난 날 다섯 번과 만나지 않은 날 다섯 번을 골라, 밤 열 시에 피로 정도를 0에서 10 사이로 한 줄씩 적습니다. 열흘 뒤 두 묶음의 평균을 비교하면 자기 몸의 시간표가 보입니다.

근거의 강도는 이렇습니다. 무작위로 조건을 나눈 실험이 아니라 일상을 그대로 따라간 관찰이고, 참가자도 80명으로 적습니다.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자료라는 뜻입니다. 업무 스트레스가 겹쳐 있다면 번아웃을 가르는 것은 사용 시간이 아니라 사용 방식도 함께 보십시오. 오늘은 딱 하나만 하십시오. 만난 시각을 적는 것입니다.

 

참고 자료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