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바탕 울고 나면 후련해진다는 말은 오래된 상식입니다. 그런데 여성 97명이 40일에서 73일 동안 적은 울음 1,004번의 기록을 들여다본 연구에서는 다른 숫자가 나왔습니다. 울고 나서 기분이 나아졌다고 답한 경우는 열에 셋이었고, 여섯은 그대로였습니다. 나아진 쪽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울고 나면 후련해진다는 말의 출처
이 믿음은 꽤 오래됐습니다. 눈물과 함께 나쁜 것이 빠져나간다는 그림이고, 눈물의 성분에 스트레스 물질이 섞여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에 붙어 다녔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울고 난 뒤에는 대개 장면이 밝아집니다.
문제는 이 믿음이 어디서 왔는지에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나중에 떠올려 답한 자료입니다. 지난달에 울었던 일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인상 깊었던 경우를 고르고, 그 뒤에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보다 이야기의 모양에 맞춰 기억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그때그때 적은 기록입니다. 울고 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확인하려면 몇 주 뒤의 회상이 아니라 그 순간의 응답을 모아야 합니다.
1,004번의 울음을 그때그때 적어 보니
로런 빌스마와 아드 핑어르후츠 연구진이 여성 대학생 97명에게 일기를 쓰게 했습니다. 기간은 사람마다 40일에서 73일이었고, 그 사이에 기록된 울음이 모두 1,004번이었습니다.
먼저 울음 주변의 기분 흐름이 드러났습니다. 우는 날은 그냥 오지 않았습니다. 앞선 이틀 동안 기분이 이미 낮아져 있었고, 울고 난 뒤 이틀도 여전히 낮았습니다. 울음은 골짜기의 바닥에 가까웠습니다.
직후의 응답은 이렇게 갈렸습니다. 기분이 그대로라고 답한 경우가 60.8퍼센트, 나아졌다는 경우가 30퍼센트, 오히려 나빠졌다는 경우가 8.8퍼센트였습니다. 후련해졌다는 문장은 셋 중 하나에만 해당했던 셈입니다. 울고 나면 반드시 가벼워진다는 말은 이 기록과 맞지 않았습니다.
울고 나면 나아지는 조건은 따로 있었다
여기서 멈추면 절반만 본 것입니다. 연구진이 나아진 30퍼센트를 따로 들여다봤더니 조건이 보였습니다.
가장 뚜렷한 것은 누구와 있었느냐였습니다. 혼자 울었을 때도 아니고 여러 사람 앞에서 울었을 때도 아니라, 한 사람과 함께 있었을 때 기분이 나아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위로가 오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면서 부끄러움은 덜한 자리입니다.
상황도 갈렸습니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느낌에서 온 울음이나, 울고 난 뒤 상황 자체가 좋은 쪽으로 바뀐 경우에는 기분이 올라갔습니다. 반면 다툼 끝에 흘린 눈물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눈물이 갈등을 풀어 준다는 통념과 어긋나는 대목입니다.
이 연구의 한계도 밝혀 두어야 합니다. 참가자가 모두 여성 대학생이고, 기분을 세 칸으로만 물었습니다. 남성이나 다른 연령대에서 같은 비율이 나올지는 이 자료로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회복이 되는 조건은 사람을 만난 뒤의 피로를 다룬 글에서도 갈렸습니다.
다음에 눈물이 올라오면 자리부터 정하기
다음에 눈물이 올라올 것 같으면, 참으려 하기 전에 한 사람만 있는 자리로 옮깁니다. 화장실 칸으로 숨거나 사람들 한가운데서 버티는 두 선택지 사이에 세 번째가 있습니다. 믿을 만한 한 사람 옆입니다. 미리 누구인지 정해 두면 그 순간에 고르지 않아도 됩니다.
왜 자리냐면, 이번 기록에서 기분이 나아진 경우를 가른 것이 울음의 길이도 강도도 아닌 누구와 있었느냐였기 때문입니다. 울고 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정한 것은 눈물의 양이 아니라 곁에 누가 있었느냐였습니다. 눈물을 참는 연습보다 자리를 정해 두는 편이 손이 덜 갑니다.
확인하는 법은 이렇습니다. 앞으로 두 달 동안 울고 난 뒤에 두 가지만 적습니다. 그때 곁에 몇 사람이 있었는지, 그리고 30분 뒤 기분이 나아졌는지 그대로인지 나빠졌는지입니다. 다섯 번쯤 쌓이면 혼자였던 경우와 한 사람과 있었던 경우를 견주어 봅니다. 차이가 없다면 나에게는 다른 축이 중요한 것입니다.
근거의 강도를 밝혀 두겠습니다. 이번 연구는 회상이 아니라 그때그때 적은 일기라는 점에서 강하지만 관찰이고, 참가자가 여성 대학생 97명이었습니다. 자리를 옮기는 행동은 연구가 시험한 절차가 아니라 결과에서 끌어낸 것입니다. 퇴근 후 회복이 잘 안 될 때 무엇을 확인할지는 퇴근 후 무기력을 다룬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다음에는 눈물을 참는 법을 찾지 말고 자리부터 옮겨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 When and for whom does crying improve mood? A daily diary study of 1,004 crying episodes,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2011)
- Does crying really make you feel better, British Psychological Society Research Digest
- Cry Me A River: The Psychology Of Crying, ScienceDaily (2008)
- Why crying does and sometimes does not seem to alleviate mood, 준실험 연구
- Is crying a self-soothing behavior, Frontiers in Psychology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