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보스턴의 기숙사에서 학생 44명이 폭염이 지나가는 12일 동안 아침마다 휴대폰으로 간단한 시험을 봤습니다. 에어컨이 있는 건물과 없는 건물의 실내 온도 차이는 5도쯤이었습니다. 두 무리의 정답률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답을 내놓는 속도가 갈렸습니다. 더운 날 오후에 일이 늦어지는 느낌은 기분 탓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한눈에 보는 핵심 요약
- 더운 날에는 정확도보다 답이 나오는 속도가 먼저 느려집니다.
- 에어컨 없는 건물의 학생들은 반응 시간이 13퍼센트가량 길었습니다.
- 사무실 연구 30건을 모으면 21도에서 25도 사이가 가장 나았습니다.
- 25도를 넘으면 반응 시간이 뚜렷하게 늘어났습니다.
- 한 시간을 넘겨 머물수록, 어려운 일일수록 손해가 커졌습니다.
더운 날 먼저 느려지는 것은 판단이 아니라 속도다
앞의 기숙사 연구는 2018년 학술지 플로스 메디신에 실렸습니다. 에어컨이 있는 건물의 평균 실내 온도는 21.4도, 없는 건물은 26.3도였습니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색깔 이름을 고르는 시험과 간단한 덧셈 뺄셈 시험을 봤습니다.
결과를 보면 에어컨 없는 건물의 학생들은 색깔 시험에서 반응 시간이 13.4퍼센트 길었고, 계산 시험에서도 13.3퍼센트 길었습니다. 같은 시간에 처리한 문제 수는 각각 9.9퍼센트, 6.3퍼센트 적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틀린 답이 늘었다기보다 답이 늦게 나왔다는 점입니다. 머리가 나빠진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을 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 것입니다.
다만 이 연구는 사람을 무작위로 나눠 배정한 실험이 아니라, 이미 다른 건물에 살던 학생들을 따라간 관찰 연구입니다. 잠을 설쳤거나 물을 덜 마셨거나 하는 다른 이유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사무실 연구 서른 건을 모으면 경계는 25도였다
사무실로 옮겨도 방향은 비슷합니다. 2024년에 나온 검토 논문은 실내 온도와 업무 수행을 다룬 연구 30건을 모아 분석했습니다.
가장 좋았던 구간은 21도에서 25도 사이였습니다. 25도를 넘어가면 반응 시간이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늘었고, 종합 성적도 떨어졌습니다. 반면 정확도는 낮아지는 쪽으로 보였으나 뚜렷하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서도 느려지는 쪽이 먼저였습니다. 사무실 온도를 1도 낮추면 성적이 몇 퍼센트 오른다는 식의 간단한 공식은 이 논문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온도의 효과는 구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더운 날 오후가 특히 힘든 이유는 시간에 있다
같은 검토 논문에서 눈에 띈 조건이 두 개 있습니다. 첫째, 더운 곳에 한 시간 넘게 머문 뒤에 손해가 더 뚜렷해졌습니다. 둘째,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일수록 차이가 컸습니다.
이 두 가지를 겹치면 익숙한 장면이 나옵니다. 점심을 먹고 밖을 걷다 들어와 자리에 앉고, 서너 시가 되면 몸에 열이 쌓입니다. 그 시각에 하필 가장 머리를 쓰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문제는 온도계 숫자 하나가 아니라 열에 노출된 시간과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입니다. 같은 28도라도 자리에 앉은 지 10분과 세 시간은 다릅니다. 사람이 몰려 공기가 데워지는 회의실이라면 더 빨리 그 시간에 도달합니다.
더운 날 오후에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힌다는 말이 나오는 자리가 대개 이 지점입니다. 아침에는 되던 일이 같은 자리에서 안 되기 시작합니다.
기온이 오른 날에 유독 의욕이 없다고 느낀다면, 의지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같은 일에 더 오래 걸리면서 진도가 안 나가는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둘은 다르게 다뤄야 합니다.
더운 날, 오늘은 이것부터
오늘 가장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일 하나를 오전 열 시 전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오후 세 시부터 네 시 사이에는 답장이나 정리처럼 손이 기억하는 일을 배치합니다. 순서만 바꾸면 되고 30초면 정할 수 있습니다.
왜 하필 이 방법인가 하면, 손해가 커진 조건이 열에 오래 노출된 뒤와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에어컨 온도를 바꾸는 일은 혼자 결정하기 어렵지만 일의 순서는 혼자 정할 수 있습니다.
확인하는 법은 이렇습니다. 2주 동안 퇴근 전에 오늘 가장 어려운 일을 언제 했는지와 그날의 진도 만족도를 0에서 10 사이 숫자로 한 줄 적습니다. 그리고 오전에 배치한 날 5일과 오후에 배치한 날 5일의 평균을 비교합니다.
근거의 강도는 이렇습니다. 기숙사 연구는 관찰 연구여서 다른 이유가 섞였을 수 있고, 사무실 30건을 모은 분석은 조건을 통제한 연구가 많아 실제 사무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효과의 크기는 반응 시간이 10퍼센트 남짓 늘어나는 정도이지 딴사람이 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내일 아침, 가장 어려운 일을 달력 맨 앞으로 끌어다 놓으십시오.
이어서 브레인포그가 생기는 이유와 오늘 확인할 네 가지와 퇴근 후 무기력의 정체와 회복을 위한 네 가지 기준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참고 자료
- Reduced cognitive function during a heat wave among residents of non-air-conditioned buildings, PLOS Medicine (2018)
- The effects of temperature on work performance in the typical office environment, Building and Environment (2024)
- Meta-analysis of 35 studies examining the effect of indoor temperature on office work performance, Building and Environment (2021)
- Heat Making You Lethargic? Research Shows It Can Slow Your Brain, Too, NPR (2018)
- The impact of high indoor temperatures on cognitive performance within the work setting: a systematic review, PubMed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