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한 연구진이 고등학교 3학년이던 3,023명을 열여덟 해 동안 여덟 번에 걸쳐 다시 찾아가 물었습니다. 그 사이 이들은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했습니다. 미루기 습관은 나이가 들면서 분명히 줄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의 순위는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처음에 많이 미루던 사람은 열여덟 해 뒤에도 여전히 많이 미루는 쪽에 있었습니다.
세 줄 요약
- 3,023명을 18년 동안 여덟 번 조사한 독일 종단 연구입니다.
- 미루는 정도는 전체적으로 줄었지만 사람들 사이의 상대적 위치는 유지됐습니다.
- 학교를 떠나 일터로 들어간 뒤에 추가로 한 번 더 줄었습니다.
미루기 습관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까
스무 살 무렵에는 다들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시험이 코앞에 와야 책을 펴지만 사회에 나가면 달라지겠지. 커뮤니티에도 서른이 넘으면 좀 나아지느냐고 묻는 글이 꾸준히 올라옵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같은 사람을 오래 따라가야 합니다. 서른 살과 스무 살을 한 번에 비교하는 조사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세대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루기 습관이 나이와 함께 움직이는지 보려면 같은 사람의 스무 살과 서른여덟 살을 견주어야 합니다.
3,023명을 열여덟 해 따라간 결과
리자 보일케와 벤저민 나겡가스트, 울리히 트라우트바인, 브렌트 로버츠가 저널 오브 퍼스낼리티 앤드 소셜 사이콜로지에 낸 2026년 연구입니다. 독일의 학교 149곳에서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 학생 3,023명을 모아, 2년에서 4년 간격으로 여덟 번 다시 물었습니다.
첫 번째 결과는 반가운 쪽입니다. 미루는 정도는 시간이 지나며 전반적으로 내려갔습니다. 나이가 드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나아진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결과가 이 연구의 핵심입니다. 전체가 함께 내려갔을 뿐 사람들 사이의 순서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많이 미루던 쪽은 열여덟 해 뒤에도 상대적으로 많이 미루는 쪽에 남아 있었습니다. 미루기 습관이 저절로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전략이 잘 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세 번째 결과는 실마리입니다. 공부를 마치고 일터로 들어간 시점에 미루는 정도가 한 번 더 내려갔습니다. 성실성이 올라가거나 불안이 내려간 사람들의 곡선도 더 좋았습니다. 미루기가 성격 하나로 굳어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바뀔 때 함께 움직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많이 미루던 쪽은 학업 성취와 소득, 승진 횟수, 학교를 마친 뒤 일터에 들어간 시점에서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결과에서 잘라내야 할 것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미루기 습관의 정도는 참가자가 스스로 매긴 값입니다. 자기 행동을 얼마나 정확히 보고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열여덟 해 동안 그 기준이 조금씩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참가자도 한 지역에서 모였습니다. 독일 남서부의 학교 149곳에서 같은 해에 졸업을 앞둔 학생들입니다. 한국의 30대 직장인에게 같은 곡선이 나올지는 이 자료로 말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것은 관찰입니다. 취업이 미루기를 줄였다고 말하려면 사람들을 무작위로 취업시키고 나머지는 학교에 남겨 두어야 하는데, 그런 실험은 할 수 없습니다. 일터에 들어간 사람이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미루는 습관이 게으름이 아닌 이유를 다룬 글에서 짚은 감정 조절의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번 주, 미루기 습관에 마감 대신 시작 시각을
이번 주에 미루고 있는 일 하나를 골라, 마감이 아니라 시작할 시각을 정해 한 사람에게 말해 둡니다. 목요일 저녁 여덟 시에 시작하겠다는 한 문장이면 됩니다. 언제까지 끝내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언제 앉겠다는 약속입니다.
왜 마감이 아니라 시작이냐면, 이번 연구에서 곡선을 한 번 더 끌어내린 것이 일터라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일터가 주는 것은 더 센 마감이 아니라 정해진 시각에 자리에 앉는 구조입니다. 혼자 있을 때 그 구조를 흉내 내는 가장 싼 방법이 남에게 시각을 말해 두는 것입니다.
확인하는 법은 이렇습니다. 4주 동안 매주 하나씩 이렇게 정하고, 그때마다 두 가지를 적습니다. 말해 둔 시각에 실제로 앉았는지 여부, 그리고 앉기까지 걸린 분입니다. 4주가 지나면 앞의 2주와 뒤의 2주를 견주어 봅니다. 걸린 시간이 줄고 있다면 이 방식이 나에게 맞는 것입니다.
근거의 강도를 밝혀 두겠습니다. 이번 연구는 열여덟 해를 따라간 관찰이라 흐름을 보기에는 강하지만 원인을 가리는 실험은 아닙니다. 시작 시각을 알리는 행동도 연구가 시험한 방법이 아니라 결과에서 끌어낸 것입니다. 하루가 통째로 사라진 것처럼 느껴질 때 무엇이 벌어지는지는 저녁 시간을 다룬 글에 적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마감을 다시 세우지 말고 시작할 시각 하나를 말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 Longitudinal study finds procrastination declines with age but still shapes major life outcomes, PsyPost (2026)
-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 Procrastination, stress, and self-rated health: A multi-sample study, British Journal of Health Psychology (2026)
- Is poor control over thoughts and emotions related to a higher tendency to procrastinate,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2025)
- Brooding identified as a major driver of bedtime procrastination, PsyPost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