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이 흐트러진다는 글 밑에는 늘 같은 책 목록이 붙습니다. 다섯 권 남짓한 제목이 몇 년째 돌아가며 추천되는데, 정작 그 책들이 무엇에 기대어 그런 주장을 하는지는 아무도 적어 주지 않습니다. 몰입 책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저자가 직접 실험한 책, 타인의 연구를 모아 옮긴 책, 만나서 들은 책입니다. 갈래를 알면 어떤 문장을 그대로 가져오고 어떤 문장에 물음표를 달지가 정해집니다.
한눈에 보는 핵심 요약
- 직접 실험한 책은 개념과 정의를 가져오기에 좋습니다.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flow가 여기 있습니다.
- 모아 옮긴 책은 출처를 되짚어 읽어야 합니다. 딥 워크와 초집중이 여기 속합니다.
- 만나서 들은 책은 문장을 결론이 아니라 가설로 읽어야 합니다.
- 도둑맞은 집중력은 취재가 뼈대이고, 근거를 두고 언론의 비판도 있었습니다.
- 어느 갈래가 더 낫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읽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목록은 넘치는데 기준이 없다
커뮤니티와 블로그에 올라오는 몰입 책 추천 글을 훑어보면 구성이 거의 같습니다. 제목과 표지, 그리고 인상 깊은 문장 몇 개입니다. 어떤 책이 실험에서 나온 이야기이고 어떤 책이 저자의 경험담인지는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읽고 나면 문장은 남는데 무엇을 믿어야 할지는 남지 않습니다. 다섯 권을 다 읽어도 서로 어긋나는 조언 앞에서 멈추게 됩니다. 필요한 것은 목록이 아니라 갈래입니다.
다행히 몰입 책은 종류가 많지 않습니다. 몇 년째 같은 다섯 권 안팎이 돌고 있어서, 한 번 갈래를 잡아 두면 다음에 새 책이 나와도 같은 자로 잴 수 있습니다. 기준을 만드는 데 드는 품이 한 번뿐이라는 뜻입니다.
몰입 책의 근거는 세 갈래로 갈린다
첫째는 저자가 직접 실험한 책입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flow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하루 중 무작위로 신호를 보내 그 순간의 상태를 적게 하는 방법을 만들어 자료를 모았고, 그 자료에서 몰입이라는 개념을 끌어냈습니다. 개념의 정의와 조건은 이 책에서 가져오는 것이 맞습니다.
둘째는 모아 옮긴 책입니다. 칼 뉴포트의 딥 워크와 니르 이얄의 초집중이 여기 속합니다. 저자가 실험을 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연구와 사례를 모아 자기 논증을 세웁니다. 논지는 선명하지만 근거의 세기는 인용된 원 연구에 달려 있습니다.
셋째는 만나서 들은 책입니다.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은 세계를 돌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뼈대입니다. 황농문의 몰입 Think hard는 만난 상대가 자기 자신인 경우입니다. 공학자인 저자가 자기 몰입 경험을 오래 관찰해 정리했습니다. 두 책 모두 읽는 맛은 가장 좋지만, 개인의 경험과 인터뷰는 그 자체로 검증된 결론이 아닙니다.
갈래마다 다르게 읽는 법
직접 실험한 책은 정의를 가져옵니다. 여러 권을 함께 읽을 때 가장 먼저 손대야 하는 갈래입니다. 몰입이 무엇인지, 어떤 조건에서 나타나는지를 이 갈래에서 확인하고 나머지 책의 용어를 여기에 맞춰 읽으면 혼선이 줄어듭니다.
모아 옮긴 책은 숫자가 나올 때 원 연구를 한 번 확인합니다. 인용된 연구가 몇 명을 대상으로 했는지, 실험인지 관찰인지만 봐도 문장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딥 워크의 주장을 저희가 따로 검증해 본 기록은 딥워크를 깊이로 재는 글에 있습니다.
만나서 들은 책은 문장을 가설로 바꿔 읽습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경우 아일랜드 타임스는 심리학자 스튜어트 리치의 지적을 인용해 개인 일화에 비해 단단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적었고, 저자 본인도 사람들의 집중력 변화를 오래 추적한 연구가 없다는 점을 책에서 인정합니다. 책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그 문장들이 아직 확인 중이라는 뜻입니다.
몰입 책, 오늘은 이것부터
지금 읽고 있거나 사려는 몰입 책 한 권을 골라, 목차 뒤의 주석과 참고 문헌이 몇 쪽인지 세어 봅니다. 서점이라면 맨 뒤를 펼쳐 보면 됩니다. 그리고 본문에서 눈에 띈 숫자 하나를 골라 그 주석이 달려 있는지 확인합니다.
왜 하필 이 확인이냐면, 세 갈래를 가르는 가장 빠른 표지가 뒤쪽에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주석이 두툼하면 모아 옮긴 책이고, 얇으면 만나서 들은 책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느 쪽이든 사도 되지만 읽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확인하는 법은 이렇습니다. 다음 한 달 동안 읽는 책마다 첫 장에 한 줄만 적습니다. 직접 실험한 책인지, 모아 옮긴 책인지, 만나서 들은 책인지입니다. 그리고 책을 덮은 뒤 실제로 해 본 행동이 있었는지도 한 줄 적습니다. 한 달이 지나면 어느 갈래가 나를 실제로 움직였는지 보입니다.
근거의 강도를 밝혀 두겠습니다. 이 세 갈래는 학계의 분류가 아니라 저희가 몰입 책을 읽기 편하려고 만든 기준입니다. 어떤 갈래가 더 정확하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한 자료는 없습니다. 책마다 갈래가 섞여 있기도 합니다. 다만 근거의 출처를 묻는 습관 자체는 집중력 높이는 법 서른 가지를 걸러낸 글에서도 가장 크게 쓸모가 있었습니다.
다음에 책을 집어 들거든 맨 뒤부터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