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에는 30만 원짜리 가격표가 흔하게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54명을 실험실에 앉혀 놓고 잰 2024년 연구에서, 이 기능은 과제 성적을 조금도 올리지 못했습니다. 올라간 것은 성적이 아니라 그 자리가 견딜 만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살지 말지를 가르는 기준도 여기서 나옵니다.
먼저 결론부터
- 지하철이나 공조기처럼 낮게 깔리는 소음이 문제라면 값을 합니다.
- 옆자리 말소리가 문제라면 기대만큼 지워지지 않습니다.
- 성적을 올리는 물건이 아니라 피로와 짜증을 줄이는 물건으로 보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 사기 전에 3천 원짜리 귀마개로 사흘을 재 보면 답이 거의 나옵니다.
노이즈 캔슬링, 살까 말까?
결정을 미루게 되는 이유는 대개 같습니다. 카페에서 일이 안 풀리는 날이 있고, 사무실이 유난히 시끄러운 날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 기능이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한데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뭉뚱그려져 있습니다. 소리 때문에 일이 안 되는 것인지, 알림과 메신저 때문에 안 되는 것인지가 먼저 갈려야 합니다. 앞서 다룬 87명을 시끄러운 조건에 앉힌 실험에서는 소음이 오류율을 바꾸지 않고 부담만 올렸습니다. 소리가 성적을 떨어뜨린다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였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이 효과가 나타난 곳과 아닌 곳
2024년 빌딩 앤드 인바이런먼트에 실린 핀란드 연구진의 실험입니다. 참가자 54명을 사무실 소음 조건에 앉혀 놓고 다섯 가지를 비교했습니다. 헤드폰 없음, 헤드폰만 착용, 여기에 소음 제거 기능을 켠 조건, 가리는 소리를 함께 튼 조건, 둘을 같이 쓴 조건입니다.
과제는 두 가지였습니다. 들은 순서대로 되짚는 과제와 몇 개 앞의 항목을 기억해 맞히는 과제입니다. 몸의 긴장은 심장 박동 간격의 변화로 쟀습니다. 결과는 밋밋했습니다. 어느 조건에서도 성적이 나아지지 않았고 긴장 지표도 갈리지 않았습니다.
갈린 것은 느낌 쪽입니다. 귀를 덮는 헤드폰만으로도 소리가 10에서 30데시벨 낮아졌고, 소음 제거와 가리는 소리를 함께 쓴 조건이 말소리에서 오는 성가심을 가장 잘 줄였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은 800헤르츠 아래의 낮은 소리에 강합니다. 비행기 엔진이나 지하철 소리가 여기 들어갑니다.
사람 말소리는 400헤르츠에서 5000헤르츠에 걸쳐 있어 이 방식으로 지워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낮게 깔리던 배경 소음이 걷히면서 옆자리 대화가 더 또렷하게 들리는 일도 생깁니다.
나에게 대입하는 세가지
첫째, 내 방해가 소리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알림과 메신저가 문제라면 이 물건은 답이 아닙니다. 집중력을 올린다는 방법 서른 가지를 걸러낸 글에서도 순서를 잘못 잡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였습니다.
둘째, 소리가 맞다면 어떤 소리인지 가릅니다. 지하철 출퇴근이나 종일 도는 공조기 소리가 주범이면 노이즈 캔슬링은 제값을 합니다. 옆자리 통화가 주범이면 기대를 낮추고, 가리는 소리를 함께 쓸 수 있는 제품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하루 몇 시간을 쓸지 정합니다. 영국의 청능사들이 하루 다섯 시간 넘게 쓰는 젊은 층에서 시끄러운 곳의 말을 골라 듣기 어려워하는 사례를 보고했습니다. 아직은 가설 단계여서 원인을 가린 연구는 나오지 않았으니 겁낼 일은 아닙니다. 다만 종일 착용을 기본값으로 삼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3천 원으로 먼저 해 볼 것
이번 주에 폼 귀마개를 사서 사흘 동안 같은 시간대에 두 시간씩 껴 봅니다. 값은 3천 원 안팎이고, 낮은 소리와 말소리를 가리지 않고 함께 낮춰 줍니다.
왜 이 방법이냐면, 30만 원을 쓰기 전에 확인할 것이 소리를 줄였을 때 내가 실제로 달라지는가이기 때문입니다. 귀마개는 그 질문에만 답하는 가장 싼 도구입니다. 사흘 뒤에도 아무 차이가 없다면 문제는 소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확인하는 법은 이렇습니다. 엿새 동안 낀 날과 끼지 않은 날을 하루씩 번갈아 두고, 매일 그 두 시간이 끝난 직후에 두 가지를 적습니다. 일을 얼마나 마쳤는지와 지금 얼마나 지쳤는지를 각각 0에서 10점으로 매기면 됩니다. 엿새가 지나면 두 무리의 평균을 견주어 봅니다. 지친 정도만 갈린다면 이번 연구와 같은 방향이고, 그때는 노이즈 캔슬링을 피로를 줄이는 물건으로 사는 것이 맞습니다.
근거의 강도를 밝혀 두겠습니다. 이번 실험은 조건을 나눠 견준 비교이지만 참가자가 54명이고 실험실에서 잰 결과이며, 완전히 조용한 기준 조건이 빠졌다는 한계를 연구진이 함께 적었습니다. 그러니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는 결과도 그만큼만 받아들이면 됩니다.
이번 주에는 지갑을 열기 전에 귀마개부터 사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 Active noise-cancelling headphones do not improve cognitive performance in office noise, Acoustic Bulletin (2024)
- Do active noise-cancelling headphones influence performance and stress, Building and Environment (2024)
- Do ANC headphones improve office productivity, Koru Acoustics (2024)
- Does the overuse of noise-cancelling headphones cause APD, ENT and Audiology News
- Harm from Noise-Cancelling Headphones, McGill Office for Science and Society